2026년 1월, 대법원이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눈여겨볼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회사 소스코드를 나눠 가진 두 직원에게 "공모해서 같이 썼다"가 아니라 "누설한 사람과 취득한 사람이 각각 따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입니다. 연구·개발 조직이라면 한 번쯤 짚어 볼 만한 판결이라 요지와 실무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이직 후 나눠 가진 소스코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그래버(grabber)"를 개발하던 직원들이 함께 경쟁사로 이직했습니다. 새 회사에서도 같은 팀에 배치돼 그래버 개발을 이어갔는데, 한 사람은 보드 회로설계를, 다른 사람은 FPGA 소스코드 프로그래밍을 맡아 역할을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래 회사의 그래버 소스코드 파일을 USB로, 부품리스트 파일을 단체 카카오톡 메시지로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이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했습니다.
대법원 판단 — "취득"과 "누설"은 별개의 범죄다
쟁점은 "같이 쓰기로 한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였습니다. 원심은 두 사람이 애초에 함께 쓰기로 공모한 관계이니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 자체를 별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의 핵심 법리는 이렇습니다.
"행위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이를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경우에는,
상대방과 함께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하였거나 실제로 함께 사용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알려주거나 넘겨준 자에게는 '누설'로, 알게 되거나 넘겨받은
자에게는 '취득'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각각 성립한다."
풀어 말하면, "어차피 둘이 같이 쓰려던 것이었다"는 사정은 처벌을 피하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정보를 건넨 사람은 누설죄로, 받은 사람은 취득죄로 — 공모 관계와 무관하게 — 각자 죄책을 집니다. 파일을 USB로 넘기거나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행위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별도의 범죄 성립 요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 행위 | 행위자 | 죄명 |
|---|---|---|
| 정보를 알려주거나 넘겨줌 | 제공자 | 영업비밀 누설 |
| 정보를 알게 되거나 넘겨받음 | 수령자 | 영업비밀 취득 |
| 넘겨받은 정보를 실제로 씀 | 사용자 | 영업비밀 사용(별개) |
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은 무죄로 남았나 — 결국 증명의 문제
같은 사건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은 원심의 무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유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것 — 즉 유출된 정보가 법이 정한 "산업기술"의 요건(지정·인증 절차나 고시 등으로 뒷받침되는 기술)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파일을 유출했더라도 어떤 법으로 다투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입증의 수준과 대상이 다르고,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유죄 심증이 있어도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이 함께 보여 줍니다.
기업·연구조직이 챙겨야 할 기록 실무
이 판결이 형사처벌의 법리를 다루고 있지만, 연구·개발 조직 입장에서 가져갈 실무 교훈은 결국 "기록"입니다. 침해를 당한 쪽이든 의심을 받는 쪽이든, 다투는 순간에는 언제 누가 무엇을 만들었고 누구에게 넘겼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아래를 평소에 갖춰 두면 이런 국면에서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 [ ] 핵심 기술문서(소스코드·회로도·부품리스트)의 작성자·작성일시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남는가
- [ ] 사내 공유·외부 반출(USB, 메신저, 이메일 등) 이력이 접근 로그로 남는가
- [ ] 퇴사·이직 예정자의 접근권한 회수와 최종 접근 시점이 기록되는가
- [ ] 그 기록이 사후에 고쳐지지 않았음을 제3자에게 증명할 수 있는가
- [ ] 연구노트·설계문서처럼 시점 증명이 필요한 기록에 외부 앵커(타임스탬프·블록체인)를 걸어 두는가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자체 서버 로그만으로는 "우리가 그 시점에 그렇게 기록했다"는 자기 증명에 그치지만, 외부 신뢰기관 타임스탬프나 블록체인 앵커를 곁들이면 제3자가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됩니다. 영업비밀 분쟁에서 시점 증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선사용권과 영업비밀 원본증명에서, 전자 기록이 갖춰야 할 요건은 전자연구노트, 지침이 실제로 요구하는 세 가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 판결은 형사 사건이므로 개별 사안에 적용할 때는 반드시 판결문 원문과 전문가 자문을 함께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판결 전문은 대법원 판례속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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