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영업비밀을 빼내 오라고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새로운 침해 유형으로 규정했고, 부정취득 수단에 해킹을 명시했습니다. 지금까지 기술유출 사건에서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려웠던 "브로커"가 이제 법 조문 안으로 들어온 셈입니다. 이 글은 개정 내용과, 이 변화가 왜 연구노트·기록 관리와 직접 연결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무엇이 바뀌는가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직접 취득·사용·누설한 사람을 처벌하는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실제 유출 현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이 구조로는 잘 잡히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 핵심 인력에게 접근해 "이직하면서 자료를 가져오라"고 중개하는 알선책, 인재 중개업체를 가장한 브로커는 자신이 직접 정보를 취득·사용한 게 아니어서 처벌 공백 지대에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은 이 공백을 다음과 같이 메웁니다.
| 구분 | 개정 전 | 개정 후 |
|---|---|---|
| 침해행위 유출을 전제로 한 소개·알선·유인 | 직접 처벌 근거 미비 | 새로운 영업비밀 침해행위 유형으로 명시 |
| 해킹을 통한 부정취득 | 부정취득 방법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음 | 부정취득 방법에 해킹 명시 |
| 구제 수단 | 민사(금지청구·손해배상) 중심 | 민사 구제 + 신고포상금 + 형사처벌 근거 마련 |
기사 보도를 종합하면 개정 배경에는 핵심 인력의 이직을 매개로 한 기술유출이 반복되는데도, 이를 기획·중개하는 쪽을 직접 겨냥할 조문이 없었다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다만 세부 처벌 수위(징역·벌금 상한)와 시행일은 공포 절차를 거쳐 확정되므로, 이 글의 요약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률 원문과 법제처 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서 공포일·시행일·정확한 조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브로커를 처벌해도, "무엇이 우리 영업비밀이었는지"는 여전히 우리 몫이다
이 지점이 이번 개정을 연구노트·기록 관리와 잇는 고리입니다. 브로커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피해 기업이 입증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고소든 민사 소송이든 출발점은 똑같습니다 — 그 정보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었는지를 먼저 증명해야 알선·유인·부정취득이라는 이후 단계의 죄책을 물을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 세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중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가장 흔한 자료가 연구개발 기록입니다. 이직한 직원이 실제로 무엇을 가져갔는지, 그 정보가 가져가기 전부터 우리 조직의 것이었는지를 다투는 국면에서 연구노트는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해야 합니다.
- 그 기술·데이터가 특정 시점 이전부터 우리 조직 내부에 존재했다는 사실
- 그 이후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 — 분쟁이 불거진 뒤에 끼워 넣거나
소급해서 작성한 것이 아님을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이 두 가지가 흔들리면, 브로커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근거 조문이 아무리 탄탄해져도 정작 "그게 우리 것이었다"는 앞단이 무너져 사건 전체가 힘을 잃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
기술유출 분쟁에서 실제로 다뤄지는 쟁점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 퇴사 시점과 기록 시점의 간극 — 퇴사 몇 달 전부터 특정 프로젝트
기록이 뜸해지거나, 반대로 퇴사 직전에 몰아서 정리된 흔적이 있으면 "무엇이 진짜 우리 영업비밀이었나"를 법원에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 사내 서버 타임스탬프의 한계 — 사내 시스템에 찍힌 생성·수정
일시는 관리자 권한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상대측이 "그 날짜, 회사가 임의로 조작한 것 아니냐"고 다투면 자체 로그만으로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 연구노트와 실제 업무 자료의 분리 — 연구노트에는 개요만 남기고
실제 소스코드·설계 데이터는 별도 저장소에 두는 경우, 영업비밀의 존재 시점을 연구노트가 증명해 주지 못합니다. 핵심 자료 자체가 시점 증명의 대상이 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이미 전자연구노트 지침 해설에서 다룬 "위·변조 확인" 요건, 선사용권·영업비밀 원본증명에서 다룬 시점 증명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브로커·알선까지 처벌 대상이 넓어진 만큼, 앞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느냐"보다 "우리가 그 이전부터 이 정보를 갖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
- [ ] 핵심 기술·노하우가 기록되는 시점이 제3자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남고 있는가 — 사내 서버 로그뿐이라면 취약하다.
- [ ] 퇴사·이직이 잦은 직무의 연구노트·업무 기록에 공백 구간(몰아 쓰기,
뒤늦은 소급 작성)이 있지는 않은가.
- [ ] 영업비밀로 주장하려는 자료가 연구노트에는 요약만 있고, 실제 원본은
별도 저장소에서 시점 증명 없이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가.
- [ ] 비밀관리성을 뒷받침할 접근권한·보안 정책 문서가 연구개발 기록과
별도로 정리돼 있는가.
이 글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요약이며, 정확한 조문·시행일·처벌 수위는 공포된 법률 원문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진행 중인 유출 분쟁이나 대응 전략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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