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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필기구, 아무 볼펜이나 쓰면 안 되는 이유

2026-09-08연구노트필기구작성법규정

"연구노트 필기구"를 검색하면 "지워지지 않는 필기구를 써야 한다"는 한 줄 안내만 나오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부딪히는 질문은 그 다음입니다 — 연필은 정말 안 되는지, 지워지는 볼펜(프릭션류)은 왜 문제인지, 형광펜으로 강조해도 되는지, 색은 꼭 검정이어야 하는지. 이 글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지침과 여러 대학 연구처 매뉴얼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기준을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세부 기준은 소속 기관·과제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전에는 반드시 원문과 소속 기관 규정을 함께 확인하세요.

왜 "아무 볼펜이나"는 안 되는가

연구노트가 증거로서 힘을 갖는 이유는 "그 시점에 실제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기구 규정은 이 목적 하나를 위해 존재합니다 — 기록이 저절로 지워지거나, 지운 흔적 없이 고쳐질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침이 요구하는 필기구의 조건은 사실 하나로 요약됩니다. 한 번 적으면 지우거나 바꿀 수 없어야 한다. 연필, 지워지는 볼펜, 수정액이 모두 같은 이유로 금지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연필처럼 눈에 띄는 경우보다, 얼핏 평범한 볼펜처럼 보이는 "프릭션(마찰열 지움) 볼펜"입니다. 지우개로 문지르거나 드라이기 같은 열을 가하면 잉크가 무색이 되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겉모습만 봐서는 일반 볼펜과 구분이 안 됩니다. 감사나 특허 분쟁에서 상대방이 "이 페이지, 원래 다른 내용 아니었냐"고 문제 삼았을 때 잉크 성분까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애초에 지워지는 필기구 자체를 연구실에 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써도 되는 것, 안 되는 것

항목허용금지이유
필기구 종류유성 볼펜, 젤펜(비수용성)연필, 샤프물리적으로 지울 수 있음
지워지는 볼펜프릭션 등 마찰열 지움 볼펜마찰열로 흔적 없이 삭제됨
잉크 색검정(권장), 진한 청색연필심 회색, 지워지는 색상펜복사·스캔 시 인식률, 위조 흔적 구분
오기 정정두 줄로 긋고 서명·날짜수정액, 수정테이프, 스티커원래 내용이 사라짐
강조검정 작성 후 형광펜·색볼펜으로 테두리 강조형광펜으로 글자 자체를 덮어쓰기덮어쓴 글자는 스캔·복사 시 안 보일 수 있음
종이제본된 노트, 방수·내구 재질 권장낱장을 끼웠다 뺐다 하는 바인더페이지 삽입·교체로 순서 조작 가능

정정 방법 자체는 연구노트 정정 방법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필기구 규칙은 그 정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고르는 단계에 해당합니다.

색은 왜 검정을 권장할까요. 청색 볼펜도 대부분의 매뉴얼에서 허용하지만, 검정을 우선 권하는 이유는 흑백 복사·스캔·팩스로 옮겼을 때 대비가 가장 분명하게 남기 때문입니다. 실험 노트를 특허 출원이나 세액공제 심사 자료로 제출할 때는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옅은 색 잉크는 사본에서 흐릿하게 나오거나 아예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종이 자체도 습기·기름에 잘 젖지 않는 재질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실험실에서는 시약이 튀거나 손에 물기가 있는 채로 기록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형광펜·색펜은 언제, 어떻게 쓰나

강조 표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 먼저 검정 필기구로 내용을 다 적은 뒤, 형광펜이나 색볼펜으로 그 위에 테두리를 치거나 밑줄을 긋는 방식이면 됩니다. 반대로 형광펜으로 글자 자체를 덮어 쓰거나, 색펜만으로 본문을 적으면 문제가 됩니다. 형광펜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바래거나 스캔·복사 시 배경과 구분이 안 될 수 있고, 색펜 본문은 흑백 복사본에서 아예 안 보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조는 어디까지나 "이미 고정된 검정 글씨" 위에 얹는 부가 정보여야 합니다.

전자연구노트에는 "필기구"가 없다

전자연구노트를 쓴다면 이 규칙 자체가 다른 형태로 바뀝니다. 종이에서 필기구가 하던 역할 — "한 번 기록하면 몰래 못 바꾼다" — 을 전자에서는 전자서명과 수정 이력(타임스탬프) 로그가 대신합니다. 연구노트 요건 글에서 다룬 "위·변조 확인" 기능이 바로 이 역할입니다. 즉 전자연구노트를 도입했다고 필기구 규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잉크"라는 물리적 장치가 "수정하면 이력이 남는 시스템"이라는 논리적 장치로 옮겨간 것뿐입니다. 종이·전자 중 어느 쪽이든 목적은 같습니다 — 기록 시점을 나중에 임의로 바꿀 수 없게 만드는 것.

연구실 비치 전 체크리스트

않도록 팀에 공지했는가

안내했는가

이력이 자동으로 남는지 확인했는가)

작은 규칙처럼 보이지만, 감사나 분쟁 상황에서는 "이 페이지가 원본 그대로인가"를 가르는 첫 번째 근거가 필기구입니다. 도구를 통일해 두면 나중에 개별 페이지의 진위를 하나하나 소명해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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