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을 낸 뒤에야 "이거 특허도 되겠다" 싶어 뒤늦게 출원을 알아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이미 늦었습니다 — 특허법은 출원 전에 공개된 발명에는 특허를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공지예외주장"을 검색하면 대부분 "12개월 안에 출원하면 된다"는 한 줄에서 끝나는데, 실제로는 두 가지 요건이 갈리고, 절차를 놓치면 그 자체로 주장이 무효가 되며, 공개 범위를 넘는 부분까지 구제해 주지도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원칙은 냉정하다 — 먼저 공개하면 특허를 못 받는다
특허법 제29조 제1항은 출원 전에 국내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 또는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된 발명에는 신규성이 없다고 봅니다. 논문 게재, 학회 발표, 전시회 시연, 언론 보도, 심지어 사업설명회 자료 배포까지도 여기서 말하는 "공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발명자 본인이 공개했다는 사정은 이 원칙 자체를 바꾸지 않습니다.
공지예외주장, 두 갈래 요건
특허법 제30조(공지 등이 되지 아니한 발명으로 보는 경우)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그 공지를 선행기술에서 빼주는 예외를 둡니다. 다만 공개 사유에 따라 절차 요건이 다릅니다.
| 구분 | 제30조 제1항 제1호 | 제30조 제1항 제2호 |
|---|---|---|
| 공개 주체 |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자 스스로 공개(논문·학회·전시·시연 등) | 본인 의사에 반한 공개(유출·도용·실수 등) |
| 출원 기한 |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 |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 |
| 출원서 기재 의무 | 그 취지를 특허출원서에 적어야 함 | 조문상 별도 기재 의무 없음 |
| 증명서류 제출 | 특허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 제출 필수 | 의무 규정은 없으나, 분쟁 시 대비해 준비 권장 |
제1호가 실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 연구자 본인이 논문을 내거나 학회에서 발표하는, 가장 흔한 상황이 여기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출원서 기재와 30일 이내 증명서류 제출이라는 두 절차를 하나라도 놓치면 주장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신청하나
출원 단계에서 출원서 서지사항에 공지예외주장 취지를 표시하고, 특허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증명서류 원본을 특허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증명서류로 흔히 쓰이는 것은 논문 게재확인서·별쇄본, 학술대회 발표자료·초록집, 전시회 카탈로그, 보도자료, 사업설명회 자료 등 "언제, 무엇을 공개했는지"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30일이라는 기한은 출원일 기준으로 짧게 지나가므로, 공개 이력을 평소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이 기한 안에 자료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공지예외가 못 막아주는 것
공지예외주장은 공개된 내용과 동일한 범위에만 미칩니다. 발표 이후에 추가되거나 개선된 부분은 별도로 신규성·진보성 판단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학회 포스터에서 특정 조성·공정으로 얻은 결과를 발표한 뒤, 몇 달 뒤 수치를 크게 개선한 조건을 더해 출원하면 그 개선분은 발표 자료만으로는 공개 범위 안에 있었다고 증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발표 시점에 이미 그 개선까지 알고 있었는지가 별도의 다툼거리가 됩니다.
해외 출원 계획이 있다면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유예기간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유럽특허청(EPC)은 원칙적으로 자기공지에 대한 유예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국제박람회 출품 등 극히 제한된 경우만 예외로 둡니다. 국내에서 공지예외주장으로 국내 출원을 살렸다 해도, 같은 발명을 유럽에 출원하면 이미 신규성을 상실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해외 출원을 염두에 둔다면 공지 자체를 최대한 늦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왜 기록이 먼저인가 — 공개 시점과 범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공지예외주장이 성립하려면 "언제, 무엇을, 어디까지" 공개했는지를 출원인 스스로 특정해서 입증해야 합니다. 발표자료나 논문 원고 자체는 그 내용이 공개됐다는 증거는 되지만, 그 발표 시점에 실제로 어디까지 개발이 진행돼 있었는지 — 즉 발표 내용과 그 이후 개선분의 경계 — 까지 증명해 주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계가 다툼이 될 때, 발표 이전부터 남겨 온 연구노트나 개발 기록처럼 날짜가 붙은 내부 기록이 "그 시점에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근거로 쓰입니다.
신청 전 확인할 것
- [ ] 공개일로부터 12개월이 지나지 않았는가
- [ ] 출원서에 공지예외주장 취지를 기재했는가(제1호)
- [ ] 증명서류를 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준비할 수 있는가
- [ ] 공개된 내용과 출원 청구범위가 어디까지 겹치는지 검토했는가
- [ ] 해외 출원 계획이 있다면 목적국의 유예기간 유무를 별도로 확인했는가
정리
공지예외주장은 "먼저 공개했으니 특허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뒤집어 주는 구제 장치이지만, 기한을 놓치거나 절차를 빠뜨리면 그 자체로 무효가 되고, 공개 범위를 넘는 개선분까지 구제해 주지도 않습니다. 정확한 요건과 최신 서식은 특허법 제30조 원문과 특허청 안내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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